“형, 경주 갈래?”
어느날 술자리에서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국내 여행이 취미인 나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형 근데 신청서를 작성해야 되고 다큐 촬영에 출연도 해야한데” 라는 그의 말과 함께 30km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그런데 30km? 이건 뭐지? ‘
신청서에 있던 경주여행의 주제부터 물음표였다. 30km? 검색을 통해 알아낸 것은, 핵발전으로 인한 방사능 피해에 대비한 주민보호구역, 즉 방사능 비상경계구역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럼 경주에 핵발전소가 있단 말이야?’ 부끄럽게도 나는 이때 경주에 월성1호기라는 원전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30년의 수명이 끝났지만 현재는 재가동 되고 있다는 것도. ‘아, 경주를 보호하기 위한 환경 프로젝트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1박2일의 여정에 올랐다.
첫째날, 첨성대, 방독면, 사명감
버스는 곧장 경주 첨성대로 향하고 있었다. 나에게 경주는 중학교때 수학여행을 마지막으로, 불국사만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아있었다. 거의 20년만에 가보는 곳이라 두근두근 떨리기도 했다. 드디어 첨성대에 도착, 조별로 나누어져 촬영을 시작했다. 새로웠다. 내가 첨성대를 보긴 봤었나? 마치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첨성대 주위 고분들과 왕릉들도 내 동공을 확장하게 만들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주변에 왕릉을 더 구경해 보고 싶었다.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방독면과 보호복을 입고 촬영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지나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메르스 캠페인 하나?” 라고 하기도 했다. 나는 이제 광관객이 아니였다. 그 방독면과 보호복 속 나에게는, 경주의 유적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사명감이 자연스럽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녁을 먹으니 벌써 해는 저편으로 사라지고 그림처럼 둥그런 달이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밤중에 첨성대’. 첨성대는 별을 관측하는 건축물이다. 그래서 꼭 밤중에 가보고 싶어 특별히 촬영팀과 밤 중 촬영을 진행했다. 둥근 달, 첨성대, 그리고 방독면. 토요일 밤이여서인가?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내가 상상한 고요하고 어둡고 별이 잘보이는 첨성대는 아니였다. 방독면과 보호복을 입고 좁은 인도에서 약 10분 가량을 가만히 서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내 옆을 스쳐지나갔다. “사람이가?”, “엄마 나 저거 사진 찍을래”, “이건 뭐지?”하는 사람들의 말들. 순간 나는 방독면을 벗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싶은 욕구가 치밀어 올랐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