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수다방 사전 인터뷰]
- 브래지어 갑갑할 때 없어? 뽕브라말고 건강브라가 브라보다
- 인터뷰이 : 이영희(인드라망 우리옷 만들기 모임지기)
- 인터뷰어 : 이민영(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서포터즈)
손바느질로 일상을 짓다
이 글은 여성건강수다방의 한 테이블의 안주인이 되어주실 이영희씨를 과천의 작업실에서 미리 만나 나눈 인터뷰를 정리한 것입니다. |
의식주. 사람이 생활하는 데 기본이 되는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음식을 만들고 옷과 집을 짓는 게 삶의 일부였던 과거와 달리, 의식주는 상당 부분 산업의 영역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최근 건강한 먹을거리와 주거형태에 관심이 쏠리면서 음식과 집이 다시 일상의 영역으로 회귀하는 반면, 옷은 여전히 구입하는 것 외 선택의 여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옷에 신경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평균적으로 10층 높이의 백화점에서 2층부터 7층까지 옷을 판다. ‘길쌈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할 수야 없지만 스타일만 남은 옷에선 본질인 사람과 생활이 빠져있다. 가족들의 옷 정도는 손바느질로 해 입힌다는 이영희 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옷의 현실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는 건 어떨까.
1. 언제부터 직접 옷을 만들어 입기 시작하셨나.
그림을 그려왔고, 워낙 만드는 걸 좋아했다. 이왕 무언가를 만든다면 생활에 필요한 걸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2007년경 면생리대를 만들어 쓸 수 있다는 한겨레 기사를 봤다. 이거다 싶어 바로 피자매연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본을 따와 만들어봤다. 일상에서 필요한 생리대를 이렇게 내 손으로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기쁨이 밀려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100명에게 선물해보자 마음먹었다.
그 시점이 과천에 갓 이사 온 시기와 맞물렸다. 과천품앗이를 알게 되어 한 달에 한 번씩 면 생리대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했다. 꾸준히 하다 보니 이런저런 사람들을 알게 됐고,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를 만나 바느질 모임을 하게 되었다. 면생리대는 일반 기성바지를 입고하면 티가 난다. 그래서 생활한복에도 관심을 갖고 4회 차 강좌를 수강했다.
제 모토가 ‘배워서 남 주자’이다. 막상 생활한복을 만들어보니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가르치게 됐다.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솜씨도 늘었다. 이렇게 인드라망 <우리 옷 만들기> 모임을 6, 7년 가까이 운영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2. 수다방에서는 대안브라를 소개하실 거라 들었다. 처음 어떻게 고안하시게 됐는지.
바느질 모임을 하다보면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어느 날 모임에 참여하시는 한 분이 대안브라를 구입해 입었다고 하시더라. 바로 벗겨서 본을 떴다. 만들어 입었는데 좋았다. 불편한 점은 모여서 논의하고 다시 본을 업데이트했다. 내가 입는 옷인데 내 맘에만 들면 되는 거 아닌가. 일단 만들어보고 불편한 점은 고쳐 나가면서 내 방식대로 만들어 입으면 되는 거다.
3. 옷 만들기 할 때 재봉틀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재봉틀은 사람들이 옷 만들기를 어렵게 느끼게 하는 주요 요소다. 재봉틀은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 보통 사람들은 재봉틀을 다루지 못하니 옷을 만들 수 없다. 나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우리 삶을 건사할 수 있는 기술은 하이테크가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로테크(Low tech)다. “컴퓨터보다 바늘이 위대하다”는 윤구병 선생님의 말씀에 깊게 공감한다.
4. 손바느질로 옷을 만들 수 있나.
우리가 흔히 입는 옷은 서양식 의복이다. 서양 옷은 몸에 딱 맞게 만들어진다. 사람들은 흔히 기성복을 보며 옷을 만들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기성복은 엄격하게 수치를 재고 섬세한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옷이다. 사람들이 내게 한복과 서양복의 차이가 뭐냐고 물으면 나는 “품”이라고 답한다. 넉넉한 품을 가진 우리 옷은 손바느질로도 누구나 만들 수 있다.
5.
기성 서양복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우리 옷은 오히려 낯설다.
대안브라는 꽉 끼는 옷 안에 입을 수 없다. 사실 대안브라 역시 입지 않는 것이 낫다. 유두가 신경 쓰인다면 조끼를 입으면 된다. 이런 의상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난 몸매가 드러나는 옷도 입고 싶고 대안브라도 입고 싶다? 이 두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 생리대도 마찬가지다. 스키니진을 입으면서 면생리대를 하긴 어려운 노릇이다. 만약 뽕브라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하면 대안브라에도 뽕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병행할 수 있는 한계가 분명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참고]
이영희 블로그 http://nearzoo.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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