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치우 어르신 3주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오늘은 2012년 1월 16일, 산외면 보라마을 102번 공사 현장에서 이 마을 주민이셨던 당시 일흔네살 고 이치우 어르신께서 한전의 용역들의 폭력에 맞서 저항하시다 분신자결하신지 3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2. 고인은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태어나 평생을 거기서 사셨으며, 마을 이장을 15년 넘게 하면서 일을 바르게 잘해 인심이 두터웠습니다.
3. 2011년 가을무렵부터 한전의 일방적인 밀양송전탑 공사 강행에 맞서 산꼭대기 공사현장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오르내리며 맨몸으로 막기를 두 달 반 동안 계속하시던 고인은, 마침내 102번 철탑 부지로 정해진 고인 3형제의 논에 새벽부터 중장비가 들어오고, 손자뻘 젊은 용역들에게 하루 종일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들으며 시달리던 2012년 1월 16일 저녁, ‘내일 또 오겠다’는 용역들의 말에 절망한 끝에 마을 주민들에게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홀로 당신의 몸에 휘발유를 부은 뒤 분신 자결하셨습니다.
4. 전원개발촉진법이라는 희대의 악법을 앞장세워 밀어붙이는 이 야만적인 폭력 앞에서 당신의 몸을 불사른 이 저항으로 인하여 전국의 많은 시민들에게 ‘밀양 송전탑’ 문제가 알려지게 되었으며, 전국의 수많은 양심들을 흔들어 깨웠습니다. 또한, 초고압 송전선로의 건설과 그 배후의 원전 증설이 야기하는 끔찍한 고통이 알려지게 되었으며, 수십년간 꿈쩍도 하지 않던 에너지 정책의 변화가 시작되는 한 변곡점이 되었습니다.
5. 그러나, 만 3년이 지난 오늘, 밀양 4개면 현장의 송전철탑은 모두 들어섰고,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끝까지 버티고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 225세대는 지금도 115번 철탑 아래에서 한전 사장의 사죄와 피해 실사 기구의 구성, 철탑 철거 약속을 내걸고 한겨울 22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6.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되겠다’는 그 거룩한 희생의 유지를 받들지 못한 채 야만적인 국가폭력의 한 가운데서 싸우고 있는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부끄러움과 죄송함을 담아 고인의 영전 앞에 절을 올립니다.
7. 고인께서 영면하신지 3년이 되는 오늘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과 어르신을 기억하는 전국의 시민들은 삼가, 고인께서 명부에서 누리실 복을 빌어 드립니다.
2015년 1월 16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진 장영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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