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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캠프를 말한다 - 한 여름 그늘교회 / 송병구 이사

일, 2014/09/14- 17:40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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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함께 청소년평화캠프를 말한다!

한 여름 그늘교회


 

송병구 목사(색동교회이사)


한 여름철, 으레 느티나무 아래에서 매미처럼 울어대던 아이들이 사라졌다. 작은 시골교회도 방학 때면 여름성경학교로 북적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꿈만 같다. 여름성경학교 뿐이랴! 청소년들의 수련회도 한 물간지 오래다. 더 이상 아이들은 없고, 농촌교회는 그나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힘에 부친다.


행여 수련회를 갈 만한 청소년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데리고 갈만한 수련회가 마땅치 않다. 자체 수련회는 언감생심 밑그림을 그리기도 벅차다. 스마트 폰을 손에 쥐고 온갖 번쩍이는 게임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교회의 입장에서 남들이 다 하는 수련회를 그냥 건너뛰기도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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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분위기는 너무 익숙한 집회분위기>


내가 일하는 교회의 고민도 다르지 않았다. 첫 해에는 남들 하는 대로 대규모 청년수련회에 참석해 보았다. 마치 한 철 대목을 맞은 양, 신학교 강당을 빌려 몇 차례씩 나뉘어 벌이는 청소년 은혜집회였다. 대개 빵빵한 사운드로 찬양을 하고, 뜨겁게 기도를 하며, 흔히 하는 말로 말씀 중심이 대부분이었다.


교회별로 아이들은 끼리끼리 움직이고, 현장에서 주문 배달한 치킨과 피자 등 그저 그런 간식을 먹고, 병영이상의 환경에서 스마트 폰을 끌어안고 잠을 잔다. 그중에는 도망치는 녀석도 있게 마련이라, 함께 한 교사들의 역할은 단속하는 학생부 선생님처럼 파수꾼에 불과하였다. 이건 아니구나, 싶었다. 게다가 말씀 중심의 인도자는 말의 폭력을 일삼았다. 아이들에게 성교육을 한답시고, 성폭력을 행사하는 식이다. 한번 경험으로도 질릴 만큼 질렸으니, 대안이 필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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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모임의 평화캠프에 도착하여 환영받는 청소년들, 표정이 얼떨떨하다> 


올해로 꼭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작년과 올해 청소년 수련회에 23일 내내 꼬박 동행하면서 고난모임이 주관하는 평화캠프에 적잖이 녹아들었다. 애초에 이름부터가 차별적이다. 주관하는 단체의 속성상 다르다. 그래서 열이면 열, 보수적 풍토의 교회들이 처음에 문을 두드리기가 조심스럽다. 그나마 있는 신앙을 장독 째 깨뜨릴까 조심스럽다. ‘부터 그랬으니까!


생각을 바꿨다. 수련회 중에 학생들을 찾아온 중견 목회자 부부가 이렇게 묻는다. “이번에 처음 보내봤는데, 애들 평가를 들어봐야죠. 신앙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 정색을 하면서 말했다. 신앙교육은 평소에 자기 교회에서 하는 것이고, 모처럼 여럿이 모이는 이곳에서는 자유롭게 숨 쉬고, 또래 공동체를 경험하는 것이 더 나은 것 아니냐고.


아이들이 굶주린 것은 신앙교육이나 그 말씀이 아니라, 또래 그룹이 함께 숨 쉬는 자유이고, 더불어 만들어 가는 작은 공동체일 것이다. 이것을 분명하게 만들어 가는 수련회가 있다면 단연 평화캠프. 그만큼 준비된 교사와 프로그램과 무엇보다 충분히 봉사할 마음들이 있었다. 게다가 시중에서 위험시 하는 인권, 통일, 평화를 순차적으로 돌아가면서 주제로 삼고 있었다. 오늘 교회가 감당하지 못할 핫이슈들을 아이들은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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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로 드리는 떼제공동체 예배> 


올해 주제는 원피스였다. 하나의 평화, 하나의 퍼즐조각이란 의미다. 999개의 퍼즐을 맞춰도 단 하나가 부족하면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 ‘지극히 작은 한 사람의 소중함을 배우며 평화를 찾는 일을 배운다. 주제처럼 모든 참여자들은 존중받는다.


멀리 창원, 주문진, 평창, 부여, 강화, 홍천, 파주, 의왕 등에서 온 19개 교회 138명 학생에, 교사가 50여명이 훌쩍 넘는다. 이미 기획과 준비과정에서 참여한 교사가 35, 교회에서 함께 한 인솔교사가 열 명 남짓 그리고 몇몇 젊은 목회자들이 함께하였다. 이렇듯 물 반, 고기 반인 교수학습 구조에서 학생들 곁에는 늘 도우미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보기에도 행복하였다.


듣자니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도 충분히 즐거워하더라. 취지가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한다고 하였다. 이미 6년 째 계속 출석하는 교회도 있었고, 학생이 자라서 이젠 교사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장소가 장소니만큼 대안교육공동체인 산돌학교의 교학상장’(敎學相長)이란 분위기로 가득하였다. 농촌교회가 공급하는 유기농 식단은 물론이다. 10년을 한결같이 준비하고, 진행해온 젊은 동역들이 대견하고,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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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메이드 9가지 프로그램 홍보판 >


물어보았다. 올해의 경우 파커 팔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서 몇 개의 개념을 빌려와서 신학적 구조를 끌어냈다고 한다. 이를테면 공감, 공유, 공존, 마을, 셀프메이드와 같은 단어들이다. 이것을 토대로 3개의 공과를 구성하고 얼개를 짠다. 그리고 기획팀에서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여 뼈대를 붙이고, 상상력으로 포장한다.


완성품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교재는 충분히 토론할 만하다. 말이 많아서 설득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감성적 접근 때문에 무뚝뚝한 소년들조차 말을 섞는다. 준비과정에 참여한 이들은 결과물을 보면서 처음의 어설픈 실마리가 예상치 못한 완성도를 낳았다며 만족해한다. 실은 엉뚱한 결론이 나와도 역시 만족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큰 무대의 공연을 준비하듯, 분수 이상의 낭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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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다큐를 만들기 위한 진지한 대화>


특히 올해는 셀프메이드가 흐름을 이끄는 열쇠 말이었다. 예배와 찬양, 분반성경공부 외에 여섯 차례 셀프메이드 모임이 있었다. 9명의 전문 선생님과 함께 그룹을 지어 랩을 만들고, 사물을 두드리고, 공방, 미술작업, 켈리그라프, 다큐, 영화, 사진 그리고 연극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무대인 마을잔치에서 선을 보였다. 그 기대이상의 성취도는 짧은 지면에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아이들 입말로 고퀄, 꿀잼, 졸멋, 이예압이랄까?

 

작년 주제는 허그였다. 통일에 대한 뻔한 당위성보다 분단으로부터 무엇을 배울까를 고민하던 중 나온 결론이었다고 한다. 해마다 깊은 성찰의 결과로 평화캠프는 지금도 성숙하는 중이다. 그들의 원칙은 절대 의도된 시나리오대로 아이들을 몰고 가지 않기였다.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수련회의 마침은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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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사를 짓고 곡을 붙이는 과정>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전도사 형들과 누나들이 고맙다. 소년소녀의 눈높이에서 온갖 끼와 진지함이 버물리고, 어우러져 농촌과 도시의 젊은이들은 한 여름 매미처럼 온 종일 웃고 있다. 작년에 평화캠프에 참석한 중3 여학생이 집에 와서 이렇게 말했단다. “사람대접 받은 것 같아요”. 학교든, 군대든, 정말 인간대접이 필요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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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만든 음악으로 마을축제에 참여하여 랩을 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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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의 전 과정과 인물을 담아 PEACE 퍼즐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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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공방에서 직접 만든 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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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농촌과 선교> 최신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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