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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최상류 봉화협곡을 따라 걷는 강길 도보여행 (2) -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3공장

목, 2014/09/18- 13:20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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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봉화협곡과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3공장 무허가 건설

/ 글 : 박용훈(서풍. 생태사진가) 회원

봉화군은 태백을 머리에 이고, 소백을 어깨에 걸친 곳이다. 동쪽으로는 낙동강 최상류가 흐르고 서쪽으로는 봉화에 발원지를 둔 내성천이 흐른다. 조선시대에 안동 등과 함께 영남 유교문화가 꽃을 피운 곳으로 의성김씨 황전마을, 해저마을, 안동권씨 닭실마을 등 여러 전통마을이 자리 잡고 있어서 그냥 시골 오지 정도로만 알고 가서는 봉화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지난겨울 봉화를 찾았을 때 진눈깨비를 피하러 들어간 길가 정자에서 일행을 맞은 것은 정자 한쪽에 놓인 두툼한 원목 바둑판세트였고, 그래서 더욱 여유 있는 고장, 또는 만만하지 않은 고장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청정자연이 있고, 유교의 향기가 두 강을 따라 흐르는 고장이 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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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 일대. 2014.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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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 일대. 2014. ⓒ박용훈>

3만4천명 인구의 봉화에 청정자연과 유교의 향기만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봉화군 소천면에는 “석포제련소 3공장 결사반대”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있다. 8월 하순 봉화협곡 구간을 걷던 중 한 할머니는 수심 가득한 얼굴로 이 공장을 막아달라고 하소연을 하였는데, 도대체 아연제련소가 무엇인지? 돌아와서 인터넷 등을 살펴보았다.

1970년 영풍광업은 일본의 동방아연과 기술제휴로 봉화 석포리에 아연제련소를 세웠다. 바로 이 일대에 아연광산이 있고, 또 채굴한 광석을 열처리하는데 필요한 많은 물을 바로 공급받을 수 있는 낙동강이 있다는 점에서(더욱이 이 지역은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산골오지였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당시 석포리가 공장을 세우는데 최적지였을 것이다. 한편 이 시기는 지금처럼 환경문제에 민감한 때는 아니었지만, 이미 1960년대 초반에 일본에서는 ‘이타이타이’병의 원인으로 아연제련소에서 배출한 카드뮴이 지목되었고, 영풍광업과 기술 제휴한 동방아연 제련소 주변에서 이타이타이 병 환자들이 발견되고, 일본사회가 충격 속에 아연제련소를 공해산업으로 인식하던 때였다(한 산업이 공해산업으로 인식되면 선진각국에서는 공장 부지를 얻기 어렵고, 결국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발도상국 등으로 산업은 이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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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 하류 승부리 일대. 2014.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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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 하류 승부리 일대. 2014.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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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 하류 승부리 일대. 2014.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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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역 하류 승부리 일대. 2014.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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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역 상류 승부리 일대. 2014. ⓒ박용훈>

낙동강 식수원에 들어선 아연제련소의 문제점은 2008년 11월 26일 당시 한나라당 지역구 김광림의원이 국회예결특위에서 ‘낙동강 수계 1,300만명이 머리에 독극물을 이고 산다’ 라고 주장한 내용을 보도한 내일신문, 대구경북뉴스 등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의원은 그해 7월 경북 북부지역에 폭우가 있고, 낙동강 상류 50km 구간에서 민물고기들이 떼죽음 당하였으며, 이런 현상이 홍수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어김없이 나타났다고 말하고, 원인에 대해서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영풍제련소를 지목했다는 것과, 또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1991년 황산을 실은 15톤 탱크로리 전복, ‘94년 황산누출, ’96년 유독성 산업폐기물 불법매립, ‘98년 황산탱크로리 전복, 2002년 5월 담수 저수조 폭발사고 등 크고 작은 환경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았음을 언급하고, 이 일대 낙동강 상류 50km에 쌓인 폐광미 더미에 대한 조사와 해결방안도 내놓아야 한다며 환경부장관의 답변을 요구하였다. 당시 김광림의원은 일본의 동방아연제련소 주변 주민 21명의 이타이타이병 발병으로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는 자료 등도 언론에 제공하였다. 한편 연화광업소는 1993년 폐광하였지만, 이후에도 아연은 해외에서 들여와 공장은 계속 가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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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협곡 내 봉화군 소천면의 한 거리에 주민들이 설치한 현수막 2014 8월

석포제련소 3공장 문제의 하나는 봉화군이 청정봉화에 맞는 어떤 변화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아연공장이 점점 확대되는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공장 하류 주민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하는 석포제련소 3공장은 한국일보 기사가 비교적 상세한 내용을 전해주는데, 한국일보는 지난 8월 27일 ‘봉화 영풍 석포제련소, 대규모 무허가 공장 건설’ 이란 머릿기사로 제3공장 건설 문제를 보도하였는데,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3공장 전경사진은 공장이 이미 지어졌음을 알린다.( 관련기사 : http://www.hankookilbo.com/v/862bd7b4dbf64103901e88c7aeec103a)

이 기사를 요약하면 석포제련소가 1,400억원을 들여 불법으로 아연슬러지 재처리공장을 짓다가 적발됐으나 되레 양성화를 요구하고 있고, 봉화군도 현실론을 들어 양성화해 줄 움직임을 보여 공장 하류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다는 것, 또 지은 뒤 뒤늦게 행정절차를 밟는 것이 1종 사업장 건설에 따른 엄격한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 등을 싣고, 착공 전 해야 하는 건축허가와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이미 다 지은 건물에 대해 신청했다는 것, 지구단위계획 변경요구는 오염물질을 연간 8톤 이하만 배출할 수 있는 4종 사업장에서 80톤 이상 가능한 1종이라는 것을 언급하였다. (2012년 봉화통계연보를 보면, 환경물질 배출사업과 관련하여 봉화군에 총 27개 사업장이 있는데 1-3종은 없고, 4-5종만 27개소가 있다)

또 소천면 출신 봉화군 의원의 “짜고 치는 고스톱” 말을 인용하며, 지난해 8월 적발도 회사가 지구단위계획변경을 신청한 뒤에야 드러나서 유착의혹이 있으며, 봉화군은 제련소 측이 원상회복 대신 공사를 강행하자 지난 3월 14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는데 제련소 측이 바로 납부하였다고 보도하였다. 한편 봉화군의 고발에 대해 법원이 최근 회사 및 책임자에 대해 각 1,500만원씩의 벌금형을 선고했다는 것 등도 덧붙였다.

_DSC3866 승부역 하류.JPG<경북 봉화군 석포면 분천역 하류. 2014. ⓒ박용훈>

 _DSC4136 s 분천역 일대.jpg <경북 봉화군 석포면 분천역 하류. 2014. ⓒ박용훈>

당초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만 허가가 나는 공장을 일단 짓고, 지은 후에 적발하고, 이행강제금을 물리고, 바로 납부하고, 양성화를 요구하고, 지자체가 현실론을 들어 양성화해 줄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인데, 이렇게 법을 어겨 진행된 사안은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만약 결국에 공장을 정상가동할 수 있게 된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한편 사안의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 이후 이 사안이 사회적으로 어떤 논의를 불러일으킨다거나 하는 내용은 검색되지 않는다.

한나라당 김광림의원이 이 문제를 제기한 2008년은 한반도대운하가 크게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때였다. 이후 포장을 바꿔서 강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4대강사업이 추진되었지만 석포제련소 문제에서 엿볼 수 있듯이, 강 살림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최상류부터 강에 각종 오폐수를 들여보내지 않는 데에 있다고 학자,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을 살린다고 22조를 준설과 보 건설 등에 쏟았지만, 그러는 동안 그 상류에서는 인지도 높은 기업이 불법으로 대규모 아연제련 슬러지 재처리공장을 지었다.

이 공장과 관련하여 또 하나 생각하게 되는 것은 자타 간에 ‘청정자연’을 말하는 봉화에서, 낙동강 수계 1,300만 국민의 식수원을 위협하는 공해산업이, 그것도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간다면 미래 봉화의 최대 경쟁력이 될 수도 있는 청정산업과 공존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발목을 잡는다고들 하지만, 지난 9월 1일 봉화군이 공시한 2013년 회계연도 봉화군 재정운영상황 공시를 보면 '주민 1인당 세출액은 8백26만4천원 규모로 동종자치단체의 평균액인 5백34만6천원보다 월등히 높아 군이 주민복리증진과 지역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고, 또한 군의 채무액은 30억원으로 동종자치단체인 15개 군의 평균채무액 125억원보다 95억원이 적으며, 군민 1인당 채무액은 9만원으로 동종자치단체의 22만8천원보다 낮다.' 라고 되어있다. 재정적 문제를 명분삼아 봉화군이 공해산업을 확대하는 것은(더욱이 불법시설을 용인하면서) 공감받기 어려워 보인다. 천혜의 낙동강 최상류 ‘봉화협곡’과, 수백 년을 내려온 여러 전통마을 등 최고의 관광자원을 가진 봉화는 공해산업을 더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봉화의 청정성을 밑천으로 하는 산업을 미래 동력으로 키워야하지 않을까? 한편 1,300만의 식수원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니 강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은 봉화와 같은 강 상류의 지자체가 오염원을 배출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장기적으로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4대강 국가하천 구간의 하천정비가 4대강사업 시작 전인 2006년에 이미 97% 끝났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_DSC4162s 분천역 하류.jpg<경북 봉화군 석포면 분천역 하류. 2014. ⓒ박용훈> 

 _DSC4194 분천역 하류.JPG<경북 봉화군 석포면 분천역 하류. 2014. ⓒ박용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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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봉화군 석포면 승부역 하류. 2014. ⓒ박용훈>

한 지역공동체 또는 국가공동체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다가 결국 비극으로 귀결된 잘못된 물 사용에 대한 수많은 사례가 프레드 피어스가 2006년에 쓰고 우리나라에는 4대강사업이 한창인 2010년 번역된 ‘강의 죽음(WHEN THE RIVERS RUN DRY)’ 에 자세히 언급되고 있다.

물 부족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앙아시아의 아랄 해 경우, 구 소련시절 정책적으로 사막에서 목화를 대량 재배하기 위해 아랄 해로 흘러드는 아무다리야강과 시르다리야강의 물을 끌어다 수십 년 동안 사용한 결과 이 두강이 최후를 맞이하고, 아랄 해도 대부분 드넓은 사막으로 변했으며, 한 때 1인당 물 사용량이 세계 2위의 나라였던 이 일대 (우즈베키스탄의 자치공화국인) 카라팔크스탄은 물을 구하기 위해 수동 펌프 앞에 길게 늘어서거나 포구도시 무이낙에서는 줄을 서서 물탱크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고 이 책은 소개한다.

인도의 경우 기술발전으로 농민들이 싼 전동 양수기를 구입하여 경쟁적으로 땅 속 깊이 관정을 뚫었고, 그 결과, 구자라트 주 북부에서는 50년 전 전통우물에서 물을 퍼 올렸지만 오늘날은 관정의 깊이가 400m에 이르러도 넉넉한 물을 얻지 못하고, 인도 서부 전역에서 전통우물의 절반과 관정 100만개가 바닥을 드러냈다. 물이 귀해지자 일부 농민들은 관정을 파서 얻은 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탱크차에 물을 팔고, 그 탱크차는 인근 염색공장에 다시 그 물을 팔며, 염색공장은 이전에는 지역에서 생산된 목화를 이용하였으나 이제는 값싼 수입목화를 사용하고 그래서 가공공장은 여전히 성황이다. 염색공장에서 버려진 폐수는 말라가는 강을 지나 저수지에 모이고, 이 폐수는 바닥처리가 잘 안된 저수지 밑 땅 속으로 들어가 거대한 지하 암반 물 저장고인 대수층의 물을 오염시킨다. 이 대수층에 관정을 댄 농민들은 더 이상 물을 마실 수나 농사를 지을 수 없고, 탱크차를 통해 다른 농민이 판 물을 사서 마시며,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남자들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데 이들의 십중팔구는 섬유공장에서 일자리를 구하며, 황폐해진 지역에서 자살한 농민들이 수천에 이른다고 이 책은 기술한다.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목화재배 농업을 대규모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강이 마르면서 고통을 겪고 있는 아랄 해 권 국가들의 물 문제나 지하수 사용을 절제하지 못한 인도 농촌이 점점 붕괴되는 사례는 물론 우리사회가 당면한 문제는 아니다. 그렇지만 잘못된 물 사용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오는지를 인식하는 데는 눈여겨볼 사안이다.

빙하시대의 생명체로 아직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경이로운 종이 있다. 냉수역 어종인 천연기념물 열목어이다. 봉화협곡의 제련소 바로 상류 쪽 지천인 백천계곡은 한때 광산개발과 남획 등으로 열목어가 사라졌다가 1986년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방류해 복원에 성공한 곳이다. 봉화협곡의 이런 저런 계곡을 걷다가 맑은 강 속에서 빙하시대부터 살아온 아름다운 열목어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가?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이 빙하시대의 생명체가 우리에게 보답으로 던져주는 시공간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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