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치 성체>
<누치 치어>
무심천 벚꽃이 찾아왔습니다. 꽃비가 무심히 떨어지는 모습이 꼭 무심히 흐르는 무심천과 닮아 있습니다.
꽃의 끝은 생명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벚꽃이 지고 나면 무심천의 다른 생명들도 본격적으로 삶이 시작됩니다.
물속 역시 4월부터는 새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혼인식이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무심천에 많은 물고기 중에 대형종이 있습니다.
40센티 이상 몸길이가 되어야 큰 물고기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습니다.
무심천에 서식하는 잉어, 누치, 강준치, 메기, 대농갱이, 쏘가리, 드렁허리 들이 40센티 이상 자라는 물고기입니다.
그중에 우리가 흔하게 무심천에서 보는 물고기는 바로 누치입니다.
누치는 보통 눈치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물고기로 크기가 50센티 이상 자라는 물고기입니다.
몸은 길고 옆으로 납작하고 주둥이가 튀어나왔습니다.
어릴 때는 몸에 검은 점이 있는데 자라면 잉어처럼 매끄럽게 없어집니다.
눈이 상당히 큰 편인데 머리 높이에 절반 정도를 차지합니다.
누치가 어릴 때는 참마자 혹은 어름치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특히 참마자와 구분이 쉽지 않습니다.
눈치라는 이름은 눈이 커서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추측하는데 또한 겁이 많아 몸이 재빠르게 도망가기 때문에 눈치가 빨라 붙여진 이름이라는 속설로 남아 있습니다. 누치는 옛 기록에는 눌어(訥漁)로 표기되어 있는데 눌(訥)은 ‘말을 더듬다.’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말을 더듬는 것과 눈이 큰 누치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요? 그래도 가장 신뢰성 있는 해석은 다음과 같습니다.
누치의 주둥이는 길게 튀어나와 있는데 위턱에 비해 아래턱이 작아 입이 아래로 향해 있습니다.
누치를 잡아 보면 입을 굼적굼적 거리며 아래로 향하는데 그 모습이 답답해 보여 말을 더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눌어(訥漁)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누치는 모래나 자갈이 깔려 있는 바닥 층에서 생활을 하는데 돌에 붙은 미생물을 먹거나 곤충, 실지렁이, 갑각류 등을 먹고 살아갑니다.
식생활이 그러다 보니 입이 앞으로 향하는 것보다 아래로 향해야 먹이를 쉽게 먹고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갖게 된 것입니다.
생명의 이름은 사람들이 짓기 때문에 사람 관점으로 눌어(訥漁)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만약 다른 생명들이 사람을 관찰하고 나서 이름을 지었다면 어떤 이름을 붙여줬을까요?
누치는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번식기입니다.
그중 24절기 하나인 곡우(穀雨) 시기에 가장 절정에 이루는데 누치 암수가 떼를 지어 얕은 여울로 올라가 서로 자갈 틈에 알을 낳기 시작합니다.
보통 암컷 한 마리에 여러 마리의 수컷이 쫓아가면서 뒤섞이는 모습인데 5월에 무심천 다리 위에서 이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알을 낳으면 피라미, 끄리 등이 달려들어 알을 집어삼키는데 여러 물고기들이 떼로 모여 한바탕 소란이 이러나니 옛 어른들은 이런 행동을 ‘누치가리’라고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누치의 옛 기록은 서유구 선생의(1764~1845) 『난호어목지』나『전어지』에 눌어로 소개되어 “살에 가시가 많고 곡우를 전후로 해서 수컷이 주둥이로 돌에 붙은 물때를 떼어 내면 암컷이 그 뒤를 따르며 물때를 삼키면서 새끼를 친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시기와 특성을 보면 바로 ‘누치가리’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봄에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합니다.
봄처럼 따듯한 시기가 왔으면 하는 바람인데 누치 같은 후보자는 어떨까요?
첫 번째로 누치는 어눌한 눌어(訥漁)입니다. 잉어처럼 화려한 스펙을 갖고 있지 않고 쏘가리처럼 화려하지 못한 어눌한 물고기입니다.
하지만 『강의목눌(剛毅木訥)이라는 고사성어를 빌려 ‘의지가 굳고 용기가 있으며 꾸밈이 없고 말수가 적은 사람’이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눈치입니다. 눈이 큰 누치는 눈치가 빠르고 겁이 많은데 주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바로 민심을 읽어 살길을 열어가는 지혜가 있습니다.
셋째로 떼를 지어 다니는 습성입니다. 누치는 자기 영역을 고집하지 않으며 자신과 다른 생명을 배척하지 않습니다.
의견이 달라도 함께 품어갈 수 있는 덕목을 지녔습니다.
어떤가요? 괜찮은 후보 같지 않습니까?
봄입니다.
봄은 생명의 시작이자 희망입니다.
아름다운 봄날에 투표장에서 뵙겠습니다.
원문 중부매일 http://www.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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