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실태 조사 후기]
"의료기관의 허술한 비급여 고지, 환자 알권리 충족 못해"
고려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김소원, 심효선, 최외솔
사실 이 조사를 하기 전에는 비급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했으며, 또한 의료기관의 비급여 고지가 법적 의무사항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따라서 처음에 어떻게 조사해야 할지도 막막했었고, 의학전문용어에 있어서는 생소한 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조사원 교육을 통해 조사방법을 완전히 숙지할 수 있었고 조사에 대한 부담감도 해소할 수 있었다. 병원은 의료공급자로서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고, 환자는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건의료 재화를 합리적으로 구매할 권리를 갖는다. 의료비 부담이 가중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할 때 비급여 정보와 가격 고지는 매우 중요하고 이에 따른 실태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조사를 하면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비급여 고지를 강제하는 법적 규정은 있으나, 불이행시 별다른 제재가 따르지 않아 실제로는 매우 허술하게 비급여 고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급여 정보의 탐색 경로부터 항목의 분류 체계며 가격기재 방식 등 모두가 제각각이고 난해하여 의료기관이 정말 환자들에게 제대로 된 비급여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병원들이 겉으로는 비영리 집단이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점차 영리집단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한 번 병원의 역할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급여 고지는 의료기관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고 감출만한 사항은 아니며 환자의 편익 차원에서 고지방법 개선 등 자발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의료계 중심으로 비급여 분류체계를 표준화 하는 것도 그 일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비급여 고지 체계를 확립시킬 필요가 있으며 병원이 이를 자율적으로 할 수 없다면, 정부차원에서 통일된 비급여 고지방식을 강제해야 할 것이다. 조사를 하면서 보건학도인 우리도 찾기 힘든 비급여 정보나 잘 모르는 전문의학용어를 일반 환자가 어떻게 이 정보를 찾고 이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자 병원 측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건학도인 우리도 조사과정에서 의료기관의 통일되지 않은 비급여 고지방식으로 인해 조사체계를 수정해야 하는 등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실습을 끝마치고 바로 우리가 한 일이 기사로 나오는 것을 보고 기사를 하나하나 읽고 찾아보면서 우리가 한 일이 실제로 의미 있는 일로 쓰였다고 생각하니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며 신기하기도 하였다. 비급여 항목 중 병실료는 최대 18배 이상 차이가 났다. 이러한 가격 차이는 환자의 경제적 상황이나 질환 특성을 감안해서 적합한 의료기관을 선택해야 할 때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또한 왜 이렇게 병원별로 가격 차이가 나는지 이렇게 차이가 나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의 비급여 가격이 정말 적정한 수준인 것인지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바로 조사에 대한 피드백과 언론을 통한 국민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다. 저희 같은 학부생들에게 이렇게 의미 있는 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너무 감사했고 조사를 통해서 느낀 점도 정말 많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보건 관련 시민단체가 환자의 편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있었기에 이만큼 환자의 권리도 개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짧은 실습기간이었지만 실무에 투입되면서 보건관련 시민단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 외에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어떤 활동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지 어떻게 환자의 편익을 위해서 힘쓰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시민단체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뜻 깊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학부생으로서 다시 한 번 이런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지 기회가 온다면 또 지원해보고 싶다.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신 김준현 선생님과 건강세상네트워크 관련 모든 분께도 너무 감사드린다. 조사에 투입되었던 모든 팀원들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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