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개>
북으로 겨울 향기가 나기 시작하면 한 해를 마무리할 시기가 되어갑니다.
새들은 다시 그 자리를 찾아 돌아왔지만 환영받지 못한 죄인으로 방역차를 피해 이리저리 날아갑니다.
또다시 자연의 경고는 사람의 삶까지 힘들게 합니다.
무심천의 물고기들은 대부분 겨울 준비를 마쳤습니다.
움직임도 둔해지고 깊은 물속으로 모여 시련의 겨울을 잘 보내려 합니다.
사람들도 역시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면 열을 낼 수 있는 따듯하고 얼큰한 국물을 찾길 시작합니다.
그중에 민물고기로 요리한 생선국수는 방송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며, 작은 시골 마을 골목길에 사람들의 줄을 세웁니다.
생선국수에는 어떤 물고기가 들어가는지 하는 슬픈 궁금증에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그러자 주인아주머니가 도리뱅뱅을 넌지시 추천합니다.
도리뱅뱅은 손질한 작은 민물생선을 프라이팬에 원형으로 나열한 뒤 기름을 붓고 튀겨서 양념장을 뿌린 음식입니다.
이 음식이 나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이한 이름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생선국수는 보통 메기와 일명 빠가라 불리는 동자개들로 끓입니다.
요즘 수요가 많아서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양식 물고기로 요리를 합니다.
도리뱅뱅에 들어가는 물고기가 궁금해 어떤 물고기를 쓰는지 물어보니 빙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빙어도 양식을 하는데 대부분 빙어 축제에 사용하는 빙어 역시 양식을 통해서 공급이 이루어집니다.
원래 도리뱅뱅은 몰개라는 물고기로 만들었습니다.
몰개는 쌀고기 혹은 보리피리로 부르던 물고기로 크기가 8cm 정도로 자라는 편입니다.
한강, 금강, 낙동강, 북한의 대동강까지 널리 서식하는데 무심천에도 몰개가 가끔 채집됩니다.
몰개의 종류는 몸에 줄이 있는 줄몰개, 몸이 길쭉한 모습인 긴몰개, 몸에 검은 점이 있는 점몰개, 몸이 날렵해서 날피리라 불리는 참몰개가 우리나라에 서식합니다.
줄몰개를 제외한 모든 몰개는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으로 중요한 생태적인 역할을 하는 물고기입니다.
근데 몰개라는 이름이 생소한 것은 예전에 대부분 피라미와 같은 물고기를 여겼기 때문입니다.
무심천에는 줄몰개, 긴몰개, 몰개가 서식하는데 그나마 깨끗한 물이 유입되는 지류에서 줄몰개를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다른 물개보다 줄몰개는 수질이 좋은 곳을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 긴몰개, 몰개는 물 흐름이 느린 무심천 곳곳에서 채집이 됩니다.
다시 도리뱅뱅으로 돌아와서 몰개를 도리뱅뱅으로 사용했던 것은 대청댐 일대와 금강수계에서 많이 잡혔기 때문입니다.
특히 옥천과 영동을 지나는 금강은 물이 잔잔히 흐르고 수초가 많아 몰개들의 서식이 많은 편입니다.
또한 대청댐에도 몰개들이 많이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져 옥천 일대에 몰개를 활용한 도리뱅뱅이 나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로부터 몰개를 쌀고기, 보리피리라 부른 것도 그 맛이 고소하고 담백하기에 붙여진 이름으로 빙어와 달리 요리를 하여도 살이 부서지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맛있는 몰개 대신 왜 빙어를 사용할까요? 이럴 땐 경제적인 관점이 생태에도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몰개를 잡는 가격이 비싸져서 그나마 가격이 저렴한 빙어로 대체되어 식당으로 납품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대청댐 일대에 몰개를 잡아서 파는 곳이 있긴 합니다만 몰개의 생태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물속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살아온 생명들이 가득합니다.
몰개가 생소한 것도 아직 모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면 그 생명에 대한 관심은 커질 수 있습니다.
무심천에도 아직 우리가 만나지 못한 많은 물고기들이 있습니다.
올 한해 무심천 물고기 조사를 통해 채집된 물고기는 총 42종입니다.
모두 사진에 담아두었기에 살을 약간 붙여서 시민들과 만날 무심천 물고기 도감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무심천의 다양한 생명을 만나고, 그 생명의 기운(?)을 함께 나누기 소망합니다.
또한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호종개, 꺽지, 참갈겨니들도 어서 무심천으로 다시 돌아오길 새해를 맞이하며 소원을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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