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성명] 이 죽음은 우리에게 그저 일상일 뿐입니까?
- 평택항에서 스러져 간 대학생 이선호 씨의 죽음을 추모하며
단지 흔한 사고여서, 이 죽음은 우리에게 그저 일상적인 일입니까? 지난 2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서 일하던 대학생 이선호 씨가 300kg의 철판에 깔려 죽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군 전역 후에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자 잠시 아버지가 일하는 일터에서 일하다가 겪은 비극입니다. 한 번도 투입된 적 없는 개방형 컨테이너 해체작업에 안전요원도 없이, 안전모도 쓰지 않고 투입된 것입니다. 선호 씨를 보지 못한 채 지게차 기사가 컨테이너 한쪽 날개를 접으면서 반대편 날개가 함께 접히면서 발생한 참극이지만, 불과 8일 전 검사에서는 해당 컨테이너는 정상 판정을 받았습니다.
불법파견에, 안전요원이나 지게차 신호수도 없는 안전관리 부재, 컨테이너 불량, 단 하나만 없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입니다. 청년 노동자가 숨지게 되는 비극의 일터, 이런 사고가 끝없이 반복되는 지금 현실은 정말로 미스테리 합니다.
8년 째 일하던 자신의 일터에 자식이 와서 일하다가 죽은 비극적 사건을 마주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떨지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일하면서 안전모 쓰라는 지시조차 받은 적 없는 일터에서 어쩌면 일터의 위험마저도 대물림되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평택항 하역장을 운영하는 ㈜동방은 원청으로서 작업지시를 했다는 것을 부정하고,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본래 동식물 검역 및 하역 등의 검역 업무만이 아니라 다른 업무까지 떠넘기면서 벌어진 비극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입니다. ㈜동방은 이선호 씨의 죽음에 책임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할 것입니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관련 부처의 철저한 진상조사도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은 죽음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 무색해지는 요즘입니다. 그 죽음 이후 보름이 넘도록 평택 안중백병원 장례식장의 향은 꺼지지 않고 있지만, 세간의 관심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이 죽음, 더 이상 우리의 일상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청년유니온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2021년 5월 10일
청년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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