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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인천 10개 자치군·구 기후위기 비상선언,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

화, 2020/06/30- 19:49admin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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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10개 자치군·구 기후위기 비상선언, 말잔치로 끝나서는 안된다.

– 인천 10개 자치군 · 구 기후위기 비상선언 동참 환영

– 비상선언답게 비상한 대응 계획 절실

– 1.5℃ 상승을 막기위해 10년내 온실가스 절반 감축하고 석탄발전 중지 시켜야

– 인천형 뉴딜에 기후위기 대응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핵심 목표로 포함해야

지난 6월 5일 국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비상선언’ 선포식에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가 참여했다. 인천 10개 자치군 · 구(강화군, 옹진군, 계양구, 남동구, 동구, 미추홀구, 부평구, 서구, 연수구, 중구)도 이번 선언에 동참했다. 

이번 선포식에서 ▲지금이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언하고 ▲1.5℃ 상승을 억제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이며 ▲정부와 국회가 기후위기 비상상황임을 선포하고 국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자립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할 것을 결의하고 ▲시민들과 함께 지속가능성 위기를 극복하는 제도적 추진체계를 만들고 책임 있게 추진할 것을 선언했다.

특히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시민들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고 취약계층을 위한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선언문에 밝힌 것은 코로나19 재난에서 보여준 지방정부의 역할을 볼 때 참으로 반길 일이다.

지난 4월 22일에는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용범 인천시의회의장, 도성훈 시교육감이 공동으로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했다. 온실가스를 기반으로 한 삶의 방식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선포문의 주 내용으로, 각 기관장들은 이를 해결키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과감한 정책 추진 ▲에너지와 기후 관련 예산 확충 ▲교육과 캠페인 등을 통한 공감대 확산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동 약속했다.

이로써 인천에 있는 모든 지자체와 시의회, 시교육청이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한 셈이다. 기후위기 비상선언은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채택된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어 현재까지 세계 30개국 약 1,500개 지방정부가 비상선언을 했다. 작년에는 영국 옥스퍼드 사전과 콜린스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각각 Climate Emergency(기후 비상사태)와 Climate Strike(기후파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기후 비상사태란 기후변화로 인한 되돌릴 수 없는 환경 피해를 피하기 위해 긴급한 행동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과학자들은 1.5℃ 이상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코로나19와 같은 팬더믹(감염병 세계적 유행)이 더 자주 발생하고 폭염, 산불, 슈퍼태풍, 기상이변(홍수, 가뭄), 해수면 상승 등 그 피해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고 다시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인천시와 10개 자치군 · 구의 기후위기 비상선언이 이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마치 유행을 따라하는 것처럼 보여주기식으로 비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1.5도 상승을 막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와 인천시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전망치(BAU) 대비 즉 늘어날 것을 전망하고 늘어난 배출량에서 얼마를 감축하겠다는 소극적 목표로 IPCC가 제시한 절대치(과거 배출량 기준) 대비 목표에 턱없이 부족하다. 전세계가 인천시처럼 감축 목표를 느슨하게 설정한다면 지구 온도는 금세기 중 1.5℃를 넘어 3.2℃에 가까워 질 것이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IPCC 기준으로 강화하겠다는 선언이 먼저 나왔어야 했다.

둘째, 최근 유럽의 기후분석 전문기관 ‘클라이밋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1.5℃ 목표’를 맞추려면 한국은 2029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인천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중 절반이 영흥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나와 석탄발전 중지없이 온실가스 감축은 요원하다. 작년과 올해 인천에너지전환네트워크와 기후위기 인천비상행동은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석탄발전 폐쇄를 요구했으나 인천시는 이를 무시했다.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있는 국가들(스웨덴 2022년, 영국 2024년, 이탈리아 · 이스라엘 2025년, 네덜란드 · 덴마크 · 스페인 · 포르투갈 2030년, 독일 2035년)은 탈석탄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충남은 전국 최초로 2018년에 탈석탄을 선언했다. 인천시는 시민들의 탈석탄 요구를 받아드렸어야 했다.

셋째, 인천시 기후위기 비상선포 보도자료에서 녹색기후과장은 “종이컵 대신 텀블러 쓰기,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안 쓰는 플러그 뽑기, 냉난방온도 ±2℃ 조절하기 등 생활 속 작은 실천에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앞서 설명한 두 가지(온실가스 감축목표 강화와 석탄발전 폐쇄)는 인천시가 해야 하는 일들이다. 녹색기후과장이 당부한 생활 속 실천을 인천 시민이 성실히 따른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인천시가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시민에게 희생만 강요하고 결국 기후위기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에게 닥칠 것이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의 87%가 상위 10%에 해당하는 96개의 업체(발전회사 포함)가 배출한다는 기사에서 보듯 정부의 과감한 탈탄소 정책없이 기후위기 해결은 불가능하다. 인천시는 대체 누구의 편인가?

넷째, 10개 자치군 · 구 중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보도자료로 배포한 곳은 연수구가 유일하고 홈페이지 어디에도 기후위기 비상선언을 했다는 소식을 찾을 수 없다. 코로나19 대응처럼 기후위기도 시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함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재건 계획으로 인천형 뉴딜이 논의되고 있는 듯 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인천형 뉴딜은 탄소저감이 아닌 탄소제로(탈탄소)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그린뉴딜이 되어야 한다. 또한 한여름 폭염 속에서 냉방에서 냉방으로 이동하며 폭염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폭염에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기후위기는 모든 사람에게 닥치지만 피해는 차별적으로 발생한다. 코로나19도 마찬가지였다. 우버 기사로 일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콜롬비아 여성이 공항에서 한 승객을 태운 후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유럽이나 미국에 다녀온 부자들로 인해 코로나19가 중남미 빈민들에게 퍼져 큰 타격을 준 것이다. 포스트코로나시대에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가 시정의 핵심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2020년 6월 10일

인천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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