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학 전국 도요물떼새 도래지 20여곳 개체 수 이틀간 동시 조사
갯벌 축소와 바다 낚시, 철새 중간기착지서 먹이 활동 방해

인천 강화군 석모도 갯벌의 개꿩. 생태교육허브 물새알 제공.
“알락꼬리마도요가 43마리 맞지요? 저어새랑 개꿩도 섞여 있는데 몇 마리인가요?” “저어새는 22마리, 개꿩은 15마리예요.”
지난달 29일 오후 인천 강화군 석모도 갯벌에선 100여마리의 물새들이 부산히 움직이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밀물 때라 바닷물이 갯벌을 덮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바삐 움직이는 바닷새들과 함께 이들의 개체 수를 확인하던 관찰자들의 작업도 바빠졌다. 이날 망원경과 망원렌즈가 부착된 카메라 등을 통해 석모도의 도요물떼새 등 물새들의 수를 세던 이들은 강화탐조클럽과 생태교육허브 물새알 회원들로 국내에서 민간 차원으론 처음 실시된 철새 동시 시민조사 참가자들이었다.

인천 강화군 석모도 갯벌의 알락꼬리마도요. 생태교육허브 물새알 제공.
지난달 28일과 29일 석모도를 포함한 전국 20여곳에서 도요물떼새를 중심으로 물새들의 개체 수를 파악하는 시민조사가 진행됐다. 도요물떼새의 경우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이 매년 정기조사를 실시하지만 실시 횟수와 지역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앞으로 민간 차원의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도요물떼새 현황에 대한 귀중한 자료가 마련되고, 정부기관의 조사만으로 채울 수 없는 틈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틀 동안의 동시조사에서 관찰된 조류는 전체 102종 9만여개체로, 이 가운데 산새를 제외한 물새류는 80여종 8만9000여개체로 잠정 집계됐다. 물새류 가운데 도요물떼새류는 36종 5만여개체, 오리류 11종 8000여개체, 갈매기류 6종 1만여개체 등이 관찰됐다. 특히 충남 서천의 금강하구와 유부도, 새만금, 고창갯벌 등에서 많은 수가 확인됐다. 멸종위기종이자 국제적 희귀조류인 넓적부리도요 3개체와 청다리도요사촌 1개체 등이 확인됐다. 역시 멸종위기인 알락꼬리마도요 3000여개체와 검은머리물떼새 3000여개체도 관찰됐다. 저어새는 약 1000개체가 확인됐다.

지난달 29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 바닷가에서 저어새들이 날고 있는 모습. 김기범기자

지난달 29일 인천 강화군 석모도 연안에서 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가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 김기범기자
경향신문이 동행 취재한 29일 석모도에서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노랑부리저어새 2개체와 저어새 22개체, 알락꼬리마도요 43개체 등 7종 103개체가 관찰됐다. 이번 조사는 생태지평연구소 갯벌키퍼스가 주최했으며 에코코리아, 한국물새네트워크, 에코샵홀씨, 전국탐조인네트워크, 저어새네트워크 등 25개 단체에서 80명의 시민 조사자들이 참여했다.
조사 지역에는 영종도, 가로림만, 천수만, 화성갯벌, 낙동강 하구 등 전국의 주요 도요물떼새 도래지가 포함됐다.

검은머리물떼새의 모습. 생태교육허브 물새알 제공.
도요물떼새는 도요목 도욧과와 물떼샛과의 조류를 통칭하는 말이다. 도욧과와 물떼샛과 조류를 함께 부르는 이유는 이들이 서식지를 공유하고 외형과 행동이 유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요물떼새에 속하는 조류 중 다수는 지구 북반구의 고위도에 있는 습지에서 번식한 후 남반구로 이동하는 철새로 연간 2만5000~3만㎞를 비행한다. 뉴질랜드에서 동아시아, 시베리아, 알래스카로 이어지는 철새 이동경로를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라고 부르는데 특히 한국 서남해안 갯벌은 이 경로상의 중간기착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도요물떼새 이동시기인 봄가을에는 최대 46종, 약 40만개체가 서남해안 갯벌에서 영양을 보충하고 번식지나 월동지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알락꼬리마도요와 뒷부리도요의 모습. 생태교육허브 물새알 제공.
정부는 현재 서천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보성·순천갯벌을 ‘한국의 갯벌’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데 철새들의 중간기착지라는 점도 등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 사이 실사단을 파견해 이들 갯벌 4곳을 실사하고, 최종평가 결과를 내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모니터링 결과 최근 유행하고 있는 바다낚시가 도요물떼새들의 먹이활동을 방해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실제 석모도 일대를 둘러본 결과 낚시꾼들이 곳곳에 몰려 있거나 둘레길에 차를 주차하고 바닷가 바위에 텐트까지 친 채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서는 도요물떼새는 물론 다른 조류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천 강화군 석모도 갯벌의 낚시꾼들 모습. 김기범기자
그렇지 않아도 주요 서식지인 갯벌이 급감한 서남해안에서 물새들이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해수부 집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의 갯벌 면적은 총 2482㎢로 2013년에 비해 5.2㎢, 2008년에 비해 7.4㎢가량 줄어들었다.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은 “앞으로 정기적인 철새 시민조사 체계를 만들어 서남해안 주요 갯벌의 철새 도래 현황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명 부소장은 “민간 차원의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이동성 조류의 도래 현황 자료가 축적되면, 이동성 조류의 주요 서식지인 한국 갯벌의 가치와 중요성을 더욱 널리 알리고 보호지역 지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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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멸종위기1급 1200마리 확인 ‘시민들 전국동시조사’ [경향신문].
(2019.10.2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910242113001#csidx77a2f68cbf8604fa492b80c9c1dee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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