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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리아 아쿠라리움에 혼자 남았던 벨루가가 바다로 돌아간다.

화, 2019/10/29- 01:59admin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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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 24, 좁은 수족관에 혼자 남아있던 벨루가(흰고래)를 안타깝게 여겼던 이들을 기쁘게 만들어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바로 벨루가를 수조에서 사육하던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벨루가 벨라를 방류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은 이날 벨루가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방류를 결정했으며 세부 방류 계획은 동물자유연대와 국내외 전문가와의 논의를 거쳐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벨라가 방류된다는 소식이 동물보호단체뿐 아니라 동물원·수족관 동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시민들을 기쁘게 만든 까닭은 이 벨루가가 좁은 수조에 갇혀 오랜 기간 사육되었던 것 외에 지난 10 17일 친구를 잃고 혼자 남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과 동물보호단체 들에 따르면 17일 오후 12살짜리 벨루가 수컷 벨리가 폐사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이 사인 규명에 나섰습니다. 아쿠아리움 측에 전화를 해보니 “17일 저녁부터 부검과 조직, 혈액 등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대 3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벨루가 벨리의 폐사에 대해 많은 시민들과 동물보호단체가 안타까움을 표시했는데요, 사실 이 수족관에서는 이전에도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한 바 있습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2013년 러시아로부터 벨루가 세 마리를 수입해 2014 10월부터 사육했습니다. 그러나 2년 만인 2016 5살이던 벨루가 벨로가 패혈증으로 폐사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당시 몸길이 3~5m에 달하는 벨루가를 7m 깊이 수조에서 키우는 게 동물학대라고 지적하면서 벨루가들을 자연으로, 또는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으로 돌려보낼 것을 주장했습니다. 국내에서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외에 거제씨월드, 한화아쿠아플래닛 여수 등이 10마리를 도입해 사육했는데,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두 개체가 폐사하면서 8마리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사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을 비롯한 수족관들의 벨루가 사육이 거센 비판을 받은 것은 이번 벨리의 폐사나 2016년 벨로의 폐사가 처음은 아닙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수족관이 벨루가들을 수입한 초기부터 수족관의 좁은 수조가 벨루가 서식환경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해 왔습니다. 최대 1,000m까지도 잠수할 수 있는 벨루가를 7.5m 깊이 수조에서 키우는 것은 동물학대라는 얘기였습니다.


 저는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이 문열 연 직후???였던 2014 12월 환경부, 국회의원, 전문가, 동물보호단체 등이 벨루가를 포함해 이 수족관이 사육 중인 동물들의 사육 환경과 관리실태를 점검했을 당시 동행 취재를 한 바 있습니다. 그때 환경부 담당 공무원이 나지막이 탄식하면서 말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너무 작네요.” 자유로이 븍극해를 누비고 다녔을 벨루가들이 좁고, 얕은 수조에 갇혀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로 표현된 것이었습니다. 환경부 공무원뿐 아니라 동물보호단체, 국회 보좌진 등도 대체로 동물들에게 주어진 공간이 지나치게 좁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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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핫핑크돌핀스 제공


 사실 해당 수족관의 사육환경은 깊이나 넓이 외에도 벨루가를 사육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습니다. 소음, 조명, 휴식공간 등 벨루가에게 스트레스를 줄 만한 요소가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당시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전문가들은 흰고래가 휴식할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국제적 멸종위기동물은 전시공간과 관람객에게 공개하지 않는 휴식공간을 연결해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수조는 관람객의 눈을 피할 공간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수족관이 작아 동물복지 측면에서 문제가 많고, 시민들의 볼거리로도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면서 롯데그룹이 (2롯데월드) 광고에서 흰고래가 있는 대형 수족관을 강조했는데 실제로는 복합쇼핑몰 광고에 흰고래와 수족관 동물들을 이용하는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지나친 소음과 강한 조명을 지적하고 나섰습니다. 한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관람객들이 내는 소음 외에도 음악소리와 퀴즈게임 소리 등 불필요한 소음이 너무 많고, 해양동물들이 강한 빛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조 깊이와 넓이, 휴식공간도 사육환경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소음은 특히 소리에 민감하고 초음파로 대화하는 돌고래들에게는 큰 고통을 주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당시 국립생태원 방문차 내한했던 세계적 동물학자 제인 구달 여사는 제가 돌고래의 사육환경에 대해 질문했을 때 돌고래 연구의 권위자인 로저 페인 박사의 말을 빌려 돌고래에게 좁은 수조는 소리 감옥이라며 특히 자신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흰고래는 수조에 가두면 대화를 안 할 정도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국립생태원 전문가는 벨루가들이 자폐 증세의 일종인 정형행동을 나타내지 않도록 놀이 도구 등 다양한 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들에 대해 당시 수족관 측은 소음을 줄이고, 행동풍부화 장치를 개발하는 등 권고사항을 적극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실제 아쿠아리움 측에서는 벨루가의 동물복지를 위해 많이 애를 썼겠지만 이미 완공된 상태였던 수조를 포함해 근본적인 스트레스 원인들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야생에서는 수명이 30년을 넘어가는 벨루가들이 12, 5살에 폐사하는 안타까운 결과였습니다.


12.jpg[사진2] 핫핑크돌핀스 제공 

 동물보호단체들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방류 결정을 환영하면서 이번 방류를 계기로 다른 수족관들 역시 벨루가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해양동물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성명을 통해 롯데월드 측에 벨루가의 야생방류 방법으로 아이슬란드에 마련된 벨루가 바다쉼터로 보내는 것과 러시아 정부와 협력하여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에 방류 훈련장을 만들고 오호츠크 해 지역으로 방류하는 것 등이 가능하다고 제시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벨루가를 사육하고 있는 국내 수족관인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거제씨월드에도 이번 야생 방류 결정을 본받아 함께 방류를 추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것처럼 국내에서는 서울대공원에서 쇼에 동원되던 제돌이를 비롯한 남방큰돌고래들이 고향인 제주도 바다로 돌아간 바 있습니다. 그 덕분에 해외의 동물보호단체, 해양동물 전문가 등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개를 식용으로 삼는 나라에서 돌고래들을 성공적으로 바다에 돌려보내고 있는 나라로 바뀐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제돌이 등 돌고래 방류는 한국 사회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큰 긍정적 효과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돌고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수족관들은 더 많은 관람객 유치를 위해 더 많은 수의 돌고래들을 수입하고, 무리하게 번식시키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시민들의 인식 증진과 한국 사회의 변화 속도가 일치하지 않았던 탓에 일어난 불행한 현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방류는 큰 의미를 갖습니다. 불법적으로 포획, 또는 수입한 것이 아닌 돌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내는 첫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한국 사회의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을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또 국내 바다가 아닌 해외 바다에서 온 돌고래를 고향 바다 또는, 그와 비슷한 환경으로 돌려보내는 것은 이번 벨라가 처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벨라를 돌려보내는 과정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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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경향신문사 환경담당 기자/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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