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눔 활동 두 번째 시간에 티셔츠 만들기를 할 거라고 설명하며 나무, 하트무늬 샘플을 보여 주었다. 아이들은 샘플엔 관심 없고 로고를 만들고 싶다고 하였다. 최근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메이커 로고들 주문이 쏟아졌다. 0쌍트, 언더0머, 스파이0.. 평소 알지도 못했던 메이커들을 알게 되었다.
굳이 상업적인 것들을? 아이들의 염원이 간절하여 좋아하는 브랜드를 즐겁게 미술활동으로 해보기로 하였다. 로고를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하기가 힘든데 사방팔방 뛰어, 드디어 정옥샘이 구해왔다.
수원에서 오전8시 넘어 출발하여 10시 도곡동 에코생협 앞에서, 두 선생님을 만나 산 넘고 물 건너 12시쯤 제천에 도착! 점심을 간단히 먹고 1시 제천 로뎀 청소년학교 힐링방에 준비한 물건을 풀어 놓는다.
티셔츠에 그리기 시작! 헉! 아이들은 조심성 없이 빨간 물감을 푹 찍어 과감하게도 칠한다.
‘애들아 지역아동센타 아이들이 받았을 때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주면 안 되겠니’ 이런 속마음을 숨기고 “ 와! 과감한데 멋지다 ” 영혼 없는 칭찬을 한 것 같다. 알록달록 다양한 나무가 탄생하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티셔츠에 0쌍트 로고를 실크스크린으로 찍기 시작한다. 마음이 앞서 실수를 몇 번 반복 한 뒤에야 로고가 제대로 찍혀 나왔다. 나이가 어린 두 친구는 화장실로 가 티셔츠를 갈아입고 나온다. 자신이 만든 티셔츠에 만족해하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두 친구가 산뜻하고 예뻐 보인다.
피아노를 잘 치는 민혁은 음악을 표현하고 싶은지 피아노그림을 검색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피아노는 그림으로 도무지 그릴 수 없어 음표들을 만들어 오리고 붙여 정성스레 만들어 냈다. 중간에 교장선생님까지 오셔서 온음표를 그려주며 도와 주셨다. 이렇게 정성들여 완성한 티셔츠를 음악선생님 드리고 싶다고 하였다. 아깝지 않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하였다. 뿌듯해 하던 민혁의 모습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어느 것이나 잘하는 선규는 시트지를 응용해 색다르게 시도하여 기하학적인 무늬에 색감이 멋진 작품을 두 개나 만들어 냈다. 여기에 기특한 건 멋진 티셔츠 하나는 더운 방에서 땀 흘리며 몇 십장의 티셔츠를 다리고 있는 순영샘께 선물로 드리고 커플사진도 찍는 센스를 발휘하였다. 방안 가득한 아이들이 그린 티셔츠가 모여 있으니 하나하나 멋진 작품 전시 같다.
아이들의 작품을 보면서 나무는 이렇게 그려야 되는데.. 티셔츠에 그림을 엉망으로 그리면 어떡하지.. 쓸모없는 괜한 걱정과 어른으로 굳어진 편견들이 반성 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잘 표현하며 가능성도 많고 예술적 감각도 많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한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 로뎀학교 선생님들은 직접 만든 티셔츠를 입고 출근 했다며 아이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활짝 웃는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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