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개인/그룹
지역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탈핵에 대한 사회적 토론의 기회로 만들자
장재연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문재인 대통령의 탈핵 국가 선언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원전 1호기 영구 정지 기념식에서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을 선언했다.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월성 1호기를 가급적 빨리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하는 청정에너지 시대를 약속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0454" align="aligncenter" width="640"]
신고리 5,6호기 공론화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큰 진전이다
이어서 6월 27일 정부는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를 통해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환영과 우려, 그리고 반발의 목소리가 다양하게 터져 나왔다. 공론화 과정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제대로 진행된다면 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적 토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공론화는 이미 건설이 상당히 진행된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중단이라는 제한된 사안에 대해 3개월이라는 단기간에 종결하겠다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80455" align="aligncenter" width="500"]
공론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탈핵의 과정은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수십 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한 정권이 선언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탈핵의 과정은 전진했다가 다시 후퇴 하는 과정을 겪기도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80456" align="aligncenter" width="520"]
문재인 정부가 극복해야 할 과제
냉철하게 평가하자면 이번 문 대통령 연설문에서 밝힌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 월성 1호기 폐쇄,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중지 등은 다른 정권에서 언제라도 다시 뒤집을 수 있는 내용들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불가론, 전력 수급 불안과 전기 요금 상승 등 반론의 근거는 어느 정도는 원전 추진론자들의 과장, 왜곡된 주장이기도 하지만, 무시할 수 없고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탈핵 국가로의 출발 선언은 임기 중에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합리적인 판단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들을 만드는 것이 수반되어야만 의미가 있다.앞으로 전력 수요 예측은 전력 수요 목표로 대치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전력 수요량 예측은 의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 왔다. 따라서 항상 결론은 발전소 증설이었다. 설사 과다 예측했더라도 전력 소비를 촉진하거나 방관하면 되기 때문에, 잘못을 감추기도 쉽다. 지금까지의 관성적인 정부 예측과 달리 향후 우리나라 전기 소비량이 감소한다면 신규 발전소 건설의 필요성은 크게 낮아진다. 실제로 이미 세계 선진국들의 전력 소비량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일본, 독일, 영국 등만이 아니라 에너지 낭비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조차 전력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80457" align="aligncenter" width="528"]

재생에너지 확대의 구체적 실적을 만들어야 한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 비율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의 확대는 필수다. 천연가스 발전소는 미세먼지와 핵폐기물 문제는 없으나 여전히 화석연료이어서 온실가스 배출량도 많고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도 다량 배출하기 때문에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세계 모든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고, 앞에서 전력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국가들까지도 재생에너지 비율을 해마다 급속도로 높이고 있다. 석탄발전소나 원전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해서다. [caption id="attachment_180459" align="aligncenter" width="528"]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짓밟아도 되는 발전소 입지 등에 관한 법률을 개편해야 한다
과거 급속한 경제발전과 국민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전력 수요량의 급등에 맞춰 발전소 건설이 차질이 없도록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의 여러 조문들은 지금의 사회적 통념의 기준으로 보면 전근대적인 악법 요소가 많다. 대한민국 어느 지역의 주민도 전체라는 이름하에 희생을 강요받아서는 안된다. 더구나 이제는 발전소도 필요한 만큼 건설됐다. 다른 선택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의 희생을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하다. 원전 사고로부터 영향을 받는 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무시하고 극소수 주민들의 동의만으로 민의를 가장해서 건설을 강행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도록 제도 보완이 있어야 한다. 지진 발생 지역 등 위험요소가 있는 지역은 원전 입지가 근원적으로 불가능해야 한다. 내진 설계의 의미는 만에 하나 과거 수천 년 동안 발생했던 최대 규모의 지진보다 훨씬 더 강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문제가 없게 안전하게 건설하자는 것이지, 우리 세대에 지진이 발생한 곳에 원전을 건설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진도 5.4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 진도 7에 대비한 내진 원전을 지으면 된다는 주장은 숫자 놀음으로는 그럴듯하지만 미친 짓에 가깝다. 오히려 지금 지진 발생 지역에 있는 원전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대비책이 보완되고 단계적으로 폐쇄해야 한다. 이런 입지 안전 규정이 법과 제도에서 보강돼야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80461" align="aligncenter" width="500"]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 진흥론자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원전 안전을 책임지는 기구는 원자력안전위원회다. 법률에는 ‘국민을 보호하고 공공의 안전과 환경보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꼴’이다. 원전에 대한 전문성을 핑계로 위원들 다수가 원전 진흥론자들이기 때문이다. 강창순 초대 위원장은 “진흥 쪽에 몸담았기 때문에 규제를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제대로 알아야 규제도 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했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여전히 원전 사업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 오죽하면 법원에 의해 원자력안전위원회 결정이 불법이라는 판결까지 받게 되었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상을 대통령 직속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는데, 위상을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원전 사업자들로부터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는 인사들로 구성될 수 있도록 구성에 관한 법률이나 인사제도를 강화, 개편해야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80462" align="aligncenter" width="640"]
문재인 정부의 시대적 소명
탈핵 국가로 갈 것인지 말 것인지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국민이 제대로 판단하고 결정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가 공정하게 제공되고 합리적 절차가 보장되어야만 한다. 전력 수요량이 지속 가능한 요소들을 반영해서 목표량으로 정해지고, 재생에너지가 획기적으로 확대되며, 신규 원전의 입지가 제대로 주민들의 정당한 동의 절차를 거쳐야만 하고, 원전의 승인이 제대로 된 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면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단체의 주장과 정부 정책은 동일할 수는 없다. 아무리 환경단체 주장이 옳더라도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돌파할 수 있는 비전과 반대하는 사람들도 설득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운동 환경단체 흉내를 내는 것에 머물면 곤란하다. 탈핵 국가로 가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가능성을 입증하는 최초의 정부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으로 탈핵 국가를 앞당기는 길이다.공론화에의 적극 참여
이번 공론화 결정과정이나 내용에 아쉬움이 많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전이나 탈핵에 관한 사회적 논쟁이 그동안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나름 큰 의미가 있고 또한 기회다. 모처럼 공론의 장이 만들어졌으니 적극 참여해서, 원전과 탈핵 정책 전반에 관한 사회적 토론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뒤에서 왈가왈부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싶다.
댓글 달기